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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피츠버그의 겨울 얘기를 한번 했던 것 같은데, 캘리포니아로 이사온 이후로는 겨울다운 겨울을 거의 겪지 못했다. 우습게도 가끔씩 캘리에 여름 폭염이 덮칠 때면 얼음을 갈아먹으면서 그때의 겨울을 떠올리곤 한다. 빙삭기로 갈아서 그릇에 소복히 쌓아놓은 얼음가루 모양이 피츠버그에서 겨울이면 내 차 지붕 위에 쌓여 있던 눈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피츠버그에서 학교를 다닐 때 집이 학교에서 가까운 편이라 평일에는 차를 거의 쓰는 일이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평일에 눈이 좀 많이 내리면 주말까지 차는 계속 눈에 파뭍혀 있게 된다. 이러면 몇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주로 문제는 낮동안 햇볕이 나오고 온도가 약간 오르면서 차에 쌓여있던 눈이 녹았다 해가 떨어지면 다시 얼면서 생긴다. 차 앞쪽 유리에 얼음이 끼여서 와이퍼 블레이드가 붙어버리는 것은 그다지 문제거리가 아니다. 다 알다시피 차에 타서 차를 덥히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다 녹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예 차에 들어 갈 수가 없다면? 이런 일은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겪었는데, 역시나 눈을 제때 제때 치워주지 않은 나의 게으름때문에 주말에 급하게 차를 쓸때 곤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차에 쌓인 눈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차문을 차체에 용접시켜 놓은 것처럼 딱 붙여버리기 때문이다. 정말 딱 용접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차창에 붙은 얼음은 스크레이퍼 같은 걸로 긁어내기라도 하지 문틈에 스며들어 얼어버린 경우는 참 딱히 간단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나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좀 따뜻한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차 쓰기를 포기. (사실, 오늘 해결해 놔도 주중에 다시 얼어버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쿨하게 포기한다.)


한번은 그 아파트에 살면서 차문이 "냉용접" 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목격했다.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 다행인듯. 어느 주말 오후 집에 있는데, 아파트 주차장에서 누군가 열심히 엔진을 공회전 시키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진흙탕에 바퀴가 빠진 차에서 열심히 액셀레이터를 밟을때 나는 그 소리 말이다. 뭔가 싶어 창문을 통해 주차장을 내려다 보니 누군가 눈 속에 파뭍힌 차를 꺼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었다. 문제는 아파트 화단쪽에 향해 있던 차의 앞 범퍼가 눈에 파뭍혀 얼어붙은 것이었다. 생각해 보자, 차에 쌓였던 눈을 열심히 치웠다하더라도 그 눈은 어디로 갔을까? 녹여서 흘려보내지 않는한 그 엄동설한에 어딘가에 쌓이게 되는데, 주로 주차구역 화단은 겨울동안 계속 쌓인 눈이 얼음 퇴적층을 이룬다. 그 불운한 흰색 승용차는 차의 앞범퍼 부분이 "얼음 퇴적층"에 "용접" 된 듯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차주는 (역시나 나처럼 좀 게으른…) 까짓거 후진하면서 간단하게 해결하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나, 생각처럼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몇번씩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빠져나오려 시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주차장에서는 뭔가 단단한 물건이 부러지는 듯한 굉음이 들렸고, 차는 후진에 성공하긴 했다. 문제는… 차의 앞 범퍼는 눈 속에 그대로 파뭍혀 있었다는 것이 되겠다.


이 일련의 상황을 위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던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참 난감한 상황이긴 한데, 그냥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코메디 영화의 한 장면 같이 그냥 웃길 수 밖에 없었다. 그 차주가 같은 학교 학생이고, 아는 사람이라 나중에 이 상황에 대해 얘기 할 수도 있었겠으나, 차마 나는 내가 위에서 다 보고 있었노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 온 이후로 이 "냉용접" 사연은 여기 친구들과 처음 얘기를 시작할때 날씨 얘기를 하면서 icebreaker 로 주로 이용하곤 했다. 물론 효과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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