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더쉽" 이라는 단어는 우리 인간들이 흔히 쓰는 "사랑" 만큼이나 너무 자주 사용돼 닳고 닳아버린 단어 중 하나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단어가 의미하는 것의 중요성은 여전히 그 어휘 사용의 진부함만큼이나 크지만. 이렇다보니 내게도 이것과 관련된 인상적인 이야기는 몇가지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초등학교 -- 당시는 "국민" 학교 -- 4학년 1학기가 시작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던 것 같다. (학기 첫날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임시 반장이었던 나는 같은 남학생들을 모두 인솔해서 우리반이 맡은 학교의 한구역 청소를 끝내야 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는 교실은 물론이고 학교의 모든 부분을 학생별로 또는 반별로 나눠서 청소해야 했다. 청소가 깨끗하게 끝났음을 확인 받..
미국에 살면서 FBI 요원들이 직접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는 일은 그다지 흔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나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두번이나 그들의 방문을 받았다. 첫번째는 피츠버그에서,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없는 일로, 두번째는 버클리에서 보안과 관계된 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같이 살짝 열린 현관문 틈으로 얼굴을 불쑥 들이밀고 코앞에 FBI 뱃지를 갖다대는 요원들을 보게 됐다. 첫번째 케이스는 당시 내가 살던 아파트 같은 층의 누군가가 FBI 에 취직하게 됐는데, 그 사람의 뒷조사 (background check) 를 하러 온 FBI 요원이었다. 미국에서는 어디나 번듯한 직장이라면 가벼운 또는 거의 명목상의 뒷조사를 하는데, 복잡한 보안등급 체계를 유지하는 FBI 라면 뒷조사를 위해 이웃집..
캘리포니아로 옮겨 온 대학원 4년차 시절, 랩 동기, 친구들과 함께 버클리 소다홀에 오피스를 배정받았다. 피츠버그에서 버클리로 옮기면서 훨씬 나아진 점은 음식이 더 다양하고 맛있다는 점이었다. (그곳 인구 구성의 다양성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 듯.) 점심 시간이 되면 소다홀 근처의 작은 푸드 코트에서 배를 채우곤 했는데, 주로 Juan 과 같이 다니다 보니 이 녀석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점을 주로 가게 됐다. 사실, 전통 한국음식이라 보긴 힘든 BBQ 치킨, 치킨 비빔밥, 야채 비빔밥 등이 주 메뉴였는데, 그럭저럭 먹을만한 맛에 엄청난 양, 싼 가격 덕에 많은 학생들이 찾는 편이었다. 당시 1년간 채식을 했던 나에게 그곳의 야채 비빔밥은 준수한 점심거리였다. 그 푸드코트 한국식당이 기억나는 것..